오우삼 감독이랑 주윤발이 만나면 보통 총격전에 비장미 넘치는 누아르를 떠올리잖아요. 그런데 종횡사해는 같은 사람들이 만들었는데도 결이 완전히 달라요. 훨씬 가볍고, 유쾌하고, 로맨틱해요.
영웅본색에서 형제로 나왔던 주윤발이랑 장국영이 다시 뭉친 작품이라, 그 이유만으로도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어요.
뭐 하는 사람들 얘기냐면
세 사람이 팀을 이뤄서 명화를 훔치는 도둑들이에요. 배경이 홍콩이 아니라 프랑스 같은 유럽이라, 화면 분위기부터 다른 홍콩 영화랑 확 달라요.
고급스러운 저택이나 미술관에서 그림을 빼내는 케이퍼물인데, 여기에 세 사람 사이의 삼각관계 비슷한 감정선까지 얹혀 있어요. 어릴 때 같이 자란 사이라는 설정이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챙기는 게 보기 좋았어요.
잠깐, 기본 정보부터 정리하면
제목 : 종횡사해 (縱橫四海 / Once a Thief)
개봉 : 1991년 (홍콩)
감독 : 오우삼
주연 : 주윤발, 장국영, 종초홍
장르 : 범죄, 액션, 코미디, 로맨스
비고 : 영웅본색 콤비 주윤발·장국영 재회작, 유럽을 무대로 한 케이퍼물
액션은 오우삼인데 무게는 뺐어요
오우삼 특유의 총격 액션이 안 나오는 건 아니에요. 곳곳에 그 스타일이 살아 있어요. 근데 영웅본색처럼 비장하게 밀어붙이는 대신, 웃기고 경쾌하게 풀어요.
주윤발이 휠체어 탄 채로 춤추듯 움직이는 장면이 있는데, 그게 이 영화 분위기를 딱 보여줘요. 심각한데 심각하지 않게, 멋있는데 힘 빼고. 그런 여유가 매력이에요.
지금 보면 좀 뭉클한 부분
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촘촘한 편은 아니에요. 액션은 화려한데 이야기는 좀 헐겁다는 평이 꽤 있더라고요. 저도 보면서 비슷하게 느꼈고요.
그런데 이 영화가 오래 회자되는 건 완성도보다 그 안에 담긴 청춘 때문인 것 같아요. 젊은 주윤발이랑 환하게 웃는 장국영, 지금은 영화계를 떠난 종초홍까지, 그 시절 홍콩 영화가 제일 반짝이던 순간이 그대로 박제된 느낌이거든요.
한눈에 추리면
오우삼과 주윤발이 만든 작품인데 누아르가 아니라 가볍고 로맨틱한 케이퍼물이에요. 영웅본색 콤비의 재회에 종초홍이 더해진 조합이 핵심이고요. 이야기는 헐거워도 세 배우의 청춘과 경쾌한 액션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요.
무거운 홍콩 누아르에 좀 지쳤을 때, 혹은 장국영이나 주윤발의 젊은 시절이 보고 싶을 때 틀면 딱이에요. 명작을 기대하기보다 그 시절 홍콩의 공기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보면 훨씬 좋게 남을 거예요. 저는 개인적으로 이 셋이 웃으며 뛰어다니는 걸 보는 것만으로 값을 했다고 느꼈어요.